어느 어머니의 기억하나
"그녀가 모든 기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름도,나이도, 사랑했던 나조차도..."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중 철수의 대사이다.
영화 속 여주인공인 수진은 건망증 때문에 남편의 도시락을 밥만 두 개 싸주거나.
매일 가는 집 조차 찾지도 못하고 헤멜 때도 있다.
철수는 그런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수진의 건망증은 점점 심각해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게 된 수진은 자신의 뇌가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 철수에게 그 사실을 말한다.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대."
기억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가히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물론, 나쁜 기억은 하루빨리 잊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소중했던 추억,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내 기억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기억을 잊어버리는 현상을 '기억상실증'이라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서서히 기억을 잊어버리는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박사에 의해 최초로 보고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매우 서서히 발병하여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과가 특징적이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다가 진행하면서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의 이상이 동반되다가
결국에는 일상생활 기능을 모두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는 암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취급받는다.
발병 연령은 65세 이상 10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며,
때로는 40~50대, 심지어 20~30대에서도 발생하기도 한다.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지난 9월 15일 부산에서 일어난 일이다.
파출소에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 두 개를 든 채 한 시간째 동네를 서성이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할머니는 자신의 신상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그저 보따리를 껴안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당시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할머니 차림새로 미뤄 인근 동네 주민일 것으로 판단해
할머니를 아는 주민을 찾아나섰다.
결국 신고 접수 6시간 만에 이웃 주민을 만나 할머니의 딸이 출산했음을 알게 되었고,
딸이 입원한 한 병원으로 데려갔다.
병원에 도착한 할머니는 딸을 보자 반가워하며 자신이 가져온 보따리를 풀었다.
“어서 무라(먹으라)”는 말과 함께 펼친 보따리에는
출산한 딸에게 먹일 미역국과 밥, 반찬 등이 들었다.
온전치 못한 정신임에도 할머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
이것이 자식을 향한 모정이 아닐까.
지구라는 공간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주 중요한 기억을 잊은 채 살고 있다.
자신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존재의 근본도, 의미도 알지 못한 채,
아름다웠던 천상에서의 기억을 모두 잊은 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기억상실증에 걸린 인류를 기억하고 있는 분이 계신다.
바로 어머니 하나님이시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이사야 49:15)
패스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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