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
하루는 딸아이가 제 등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아이와 살을 맞대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무게가 느껴지면서 허리가 점점 굽혀지고 종내에는 숨쉬기조차
힘들어졌습니다.
아이를 살짝 밀어내려는 순간,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편안하다.”
행복감이 한껏 묻어나는 아이의 목소리에 저는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꾹 참고 편안함을
이어주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에 잠겼습니다.
제가 은혜의 천국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것은 제가 아무 걱정없이 기댈 수 있는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똑같습니다.
굶으면 배고프고, 찬바람이 불면 춥고, 햇볕이 내려쬐는 여름이면 땀이 나고 덥습니다.
어머니라고 다를까요.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셨기에 아픔과 슬픔, 고통을 분명 느끼실 텐데 저는 오랫동안
모른 척해왔습니다.
이제는 어머니를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며 들판을 누볐던 에서의 모습을 버리고 어머니께
고사리 손으로나마 도움을 드리는 딸이 되고 싶습니다.
어머니, 지금까지 제 곁에 계셔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월간 엘로히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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