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오래되니
어머니의 얼굴
손등과 같이 쭈굴쭈굴
주름이 졌다
검은 버섯이 생기기도 하고
군데군데 짓무른 것이
꼭 어머니와 같다
짓무른 곳을 도려내며
남아있는 살을 먹다가
마치 어머니의
남은 生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먹고 있던 사과를
그만 놓아버렸다
어머니의 미소 같이
그래도 입 안에 남아 있는
오래된 사과의 향기는
그윽했다.
-박효석 시인의 ‘오래된 사과’
그녀도 꿈 많던 ‘소녀’였다. 인연을 맺어 ‘아내’가 됐고, 핏덩이를 받으면서 ‘어머니’가 되어 생을 산다. 옷을 입혀줬으며, 밥을 먹여줬고, 한글과 숫자를 가르쳐준 ‘어머니’의 금지(金枝)와 옥엽(玉葉)이 또 다른 ‘어머니’가 되어 무조건적 사랑을 대물림한다. ‘어머니’라는 낱말은 아스라하면서도 아프고, 아련하면서도 그윽하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가 주최하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展)’(이하 ‘어머니展’)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공간이다. 문병란·박효석·김초혜·도종환 시인 등의 글과 사진, 소품 등 100여 점을 전시한다. 영상문학관, 포토존을 비롯한 부대 행사장도 마련해 관람객에게 사랑과 위로를 선사한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어머니’일 것이다. 책가방을 멘 학생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온 중년 여성도 머리가 희끗한 노인도 하나같이 눈시울이 붉어진다. ‘(…)/단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은 ‘(…)쓴것만 알아/쓴 줄 모르는 어머니/(…)’(시인 김초혜 ‘어머니 Ι’에서)가 아리면서도 그립다.
‘어머니展’은 2013년 6월 서울 강남구를 시작으로 대전 인천 부산 대구 울산 등 6대 광역시와 서울 강서구·관악구·동대문구·마포구, 수원 전주 창원 안산 춘천 구미 청주 고양 천안 순천 평택 부천 등에서 열렸다. 2015년에도 서울을 비롯해 각지를 순회하면서 전시가 이어진다. 지금껏 33만 명 넘는 관람객이 전시를 찾았다.
출처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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